행정안전부가 5년 만에 전국 92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재지정하고 연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한다. 하지만 광역 단위의 통계에 가려져 실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외곽 읍·면 지역을 위한 '핀셋 지원'이 시급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개 지표 반영한 '인구활력지수' 도입
행정안전부는 지난 5년간의 인구 및 지역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전국 92개 시·군·구와 18개 인구감소관심지역을 새롭게 지정 및 고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지정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인구 증감률을 넘어 '인구활력지수'를 새롭게 도입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지표에는 고령화와 유소년 비율뿐만 아니라 시가화율, 취업자 수, 생활인구 등 지역의 실제 경제와 생활 활력을 보여주는 9개 항목이 포함됐다. 또한 여건이 개선되어 인구감소지역에서 벗어나더라도, 일시에 행정적 지원이 끊겨 회복세가 꺾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구활력지역' 제도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은 향후 5년간 기존의 지원을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연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실질적인 주민 활동을 유도하는 콘텐츠 중심으로 배분할 계획이다. 아울러 '세컨드홈' 과세 특례와 외국인 체류 조건 완화 등 지역 맞춤형 특례도 대폭 확대한다.
시·군 단위 통계의 함정… 소외되는 농촌 마을
국가적인 지방소멸 대응 정책이 고도화되고 있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책의 기준이 되는 통계가 시·군 단위로 산출되면서, 같은 지자체 내에서도 극심하게 벌어지는 지역 간 편차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택지 개발이나 산업단지가 집중된 도심 지역으로 인구가 쏠리는 반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농촌이나 외곽 읍·면 지역은 심각한 '마을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기도 이천시의 경우, 도심 인프라가 집중된 곳과 달리 율면 등 외곽 농촌 지역은 신생아 출생이 끊기고 고령화율이 극한에 달하는 등 행정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청년 활동가는 "시·군 단위의 평균 수치만 보면 지역 전체가 안정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소외된 읍·면 지역의 처절한 현실이 가려져 있다"며 "거대 통계의 함정에서 벗어나 현장의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구석진 골목 살리는 '읍·면 맞춤형' 대책 필요
지방소멸 대응의 실질적인 성패는 결국 가장 구석진 골목과 농촌 마을의 정주 여건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광역적 지표 분석에 머물지 않고, 읍·면 단위의 세밀한 인구 및 경제 실태 조사를 정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한 예산 배분을 넘어, 특정 면 단위까지 실질적으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생활 환경과 일자리가 제공될 수 있도록 촘촘한 맞춤형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이번 재지정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임은 분명하다. 이제는 그 정책의 온기가 시·군이라는 큰 단위를 넘어, 소멸의 최전선에 있는 읍·면 단위의 마을까지 닿을 수 있도록 세밀한 핀셋 정책으로 진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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