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 반데르발스 양자 물질 연구단(조문호 단장·포스텍 석학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2차원 반도체'를 원자 단위로 정교하게 가공하여 원하는 성능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모듈형 트랜지스터 제작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로 평가받으며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1. 개발 배경과 핵심 원리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는 점점 더 작아지고 전력은 적게 소모하는 '초미세·초저전력' 성능이 요구되고 있다. 머리카락 두께 수만 분의 일 수준인 '2차원 반도체'는 원자층 두께만으로도 전류를 제어할 수 있어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기존에는 성질이 다른 반도체, 절연체(전기를 차단하는 막), 금속 전극을 각각 만들어 한 장씩 얇게 쌓아 올리거나 붙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접촉면이 손상되거나 공정이 너무 복잡해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물질을 쌓지 말고, 하나의 반도체 박막 안에서 필요한 원자만 골라서 바꿀 수 없을까?"라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출발 물질인 p형 반도체(이셀레늄화텅스텐)의 골격(텅스텐 원자)은 그대로 둔 채, 주변을 둘러싼 셀레늄 원자만 산소, 황, 텔루륨 등으로 정밀하게 바꿔치기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물질 간의 미세한 틈(반데르발스 틈)이 화학반응이 번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자연 장벽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용해, 약 0.7나노미터(nm) 두께의 원자층 단위로 물질의 성질을 완벽하게 제어했다.
2. 연구 성과 및 기대 효과
하나의 박막에 모든 부품 집적 : 이 기술을 이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게 얇은 하나의 반도체 칩(박막) 위에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 채널, 전기를 막아주는 절연막, 전류가 드나드는 준금속 전극 접합층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
성능의 극대화 : 금속 전극을 직접 붙일 때 생기던 에너지 장벽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낮추어 전기가 훨씬 부드럽고 빠르게 흐르도록 만들었으며, 상온에서 이론적 최솟값에 가까운 우수한 스위칭(전류 켜고 끄기) 성능을 입증했다.
차세대 회로 확장성 : 이 기술을 바탕으로 p형과 n형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전력 소모를 줄인 디지털 회로 기본 단위인 '상보형 인버터' 구동까지 성공해, 향후 고집적 3차원 적층형 반도체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조문호 단장은 "원자 단위의 물질 조작이라는 기초과학의 기법을 현대 반도체 기술에 접목해 미래 반도체 기술의 질적 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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