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의 재정 상태에 대해 '비상 상황'을 공식 선포하고, 올해만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경을 예고했다. 단순한 긴축을 넘어 구조적 재정 위기를 공식 인정하고, 도지사 업무경비 삭감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추 지사는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경기도의 재정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두고 과장이나 명분 쌓기 아니냐는 오해가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불과 2~3년 뒤에는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선언 취지를 밝혔다.
"미완의 미생 예산"… 한계에 다다른 경기도 재정
경기도는 2025년 한 해 동안 총 3차례에 걸쳐 지방채 발행 한도의 99.6%에 달하는 약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는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지난해 5월 조례 개정을 통해 남북협력기금 등 각종 기금에서 약 5,588억 원을 일반회계 등으로 끌어다 사용하며 재원을 융통해 왔다.
추 지사는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눈속임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겼지만,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한 '미완(未完)의 미생(未生) 예산'이다"라고 지적했다.
재원 고갈의 여파는 민생 사업 축소로 이어졌다. 노인장기요양(약 1,234억 원), 도교육청 급식비 지원(약 548억 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지원(약 291억 원) 등 다수의 필수 사업 예산이 12개월이 아닌 9개월 분만 편성된 상태다. 예산담당부서에 따르면 올해만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취득세 30% 급감·복지예산 급증… 구조적 불균형 심화
현재 경기도의 전체 예산 약 41조 7,000억 원 중 자체 활용 가능한 재원은 약 3조 5,000억 원에 불과하다. 특히 전체 도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취득세 수입이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8조 원 수준으로 30%가량 급감하며 세입 구조가 크게 흔들렸다.
기대를 모았던 3기 신도시 개발 역시 공공임대주택 비율 확대 등으로 당초 6,500억 원으로 예상됐던 취득세 수입이 2,300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반면, 경기도 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최근 5년간 연평균 6.8% 증가하며, 복지 예산 비중이 전체 예산의 60%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첨단산업 유치에 따른 세수 불균형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도가 인프라 투자를 주도하더라도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시·군에 귀속되어 도의 재원 확충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업무경비 삭감부터 세입구조 개혁까지… 4대 비상조치 가동
추 지사는 이날 "오늘 이 시간부로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한다"며 4대 비상 조치를 발표했다.
첫째, 도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업무 경비를 감액하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즉각 시행한다. 둘째, 일회성 행사와 불요불급한 사업을 중단하고 관행적인 연구용역 및 민간위탁 사업을 전면 재평가해 낭비성 예산을 차단한다. 셋째, 참모 조직을 재정비하고 실·국 및 공공기관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한다. 넷째, 지방소비세 확충, 기업 유치 세수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 개선 등 세입 구조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혁을 추진한다.
추 지사는 "재정위기를 이유로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며 "불필요한 곳에서 먼저 줄이고 더 큰 책임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감당하는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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